상속세 다 냈는데 또 1.9조 주식 매각? 홍라희·이재용 거래에서 봐야 할 것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름이 갑자기 검색창 상위에 올랐습니다.

이유는 삼성전자 주식입니다.

홍 명예관장은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18만8,793주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넘길 예정입니다. 거래 규모는 약 1조9,374억원, 주당 예정가격은 26만9,500원이며 거래 예정일은 10월 12일입니다.

거래가 완료되면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기존 1.47%에서 1.58%로 올라갑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명예관장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명예관장. 출처: Samsung Newsroom Korea Media Library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삼성 일가는 고 이건희 회장 별세 후 부과된 상속세를 올해 이미 모두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왜 지금 또 약 2조원어치 주식을 팔아야 하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세금을 다 냈다고 해서 세금을 내기 위해 빌린 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718만주를 시장에 파는 게 아니라 이재용 회장에게 넘긴다

이번 거래에서 먼저 볼 부분은 거래 방식입니다. 홍 명예관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증권시장에서 바로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이재용 회장이 장외에서 매수합니다.

주식을 그냥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이재용 회장이 돈을 지급하고 주식을 사는 매매거래입니다. 거래가 완료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보유 지분은 1.47%에서 1.58%로 높아집니다.

그런데 왜 홍라희 관장은 현금이 필요할까?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기관 대출의 상환입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20년 10월 별세했습니다. 이후 삼성 일가에 부과된 상속세는 약 12조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워낙 큰 금액이기 때문에 유족들은 한 번에 현금으로 납부하지 않고 연부연납을 활용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상속세를 여러 해에 나눠 내는 제도입니다. 삼성 일가는 2021년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했고 올해 마지막 납부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유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현금을 마련했습니다. 즉, 상속세 자체는 끝났지만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발생한 부채가 남아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명예관장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명예관장. 출처: Samsung Newsroom Korea Media Library

“지금은 상속세를 10년 동안 나눠 낼 수 있다는데?”

여기서 일반 독자에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국세청 안내를 보면 일반적인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가 2천만원을 초과하고 담보 등 요건을 충족하면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월 1일 이후 상속분은 최대 10년에 걸쳐 납부할 수 있습니다.

구분연부연납 가능 기간
2021.12.31. 이전 상속분허가받은 날부터 5년
2022.1.1. 이후 상속분허가받은 날부터 10년
상속세 일반재산 연부연납 기간. 출처: 국세청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삼성가 상속은 언제 시작됐을까요? 2020년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10년 규정이 아니라 당시 적용되던 최대 5년 연부연납 규정에 따라 납부가 진행된 것입니다.

연부연납이라고 공짜로 늦게 내는 것은 아닙니다

연부연납은 세금을 그냥 나중에 내도 된다는 제도가 아닙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납세담보가 필요합니다.

또한 연부연납에는 가산금 성격의 이자 부담도 있습니다. 국세청 공식 안내에 따르면 일반적인 상속세 연부연납을 신청하려면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해야 하고, 신청세액에 상당하는 납세담보도 제공해야 합니다.

이것이 상속세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50억원의 재산을 상속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재산이 50억원이라고 해서 통장에 현금 50억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가 20억원, 상가가 15억원, 주식이 10억원, 기타 자산이 5억원일 수도 있습니다. 상속세는 현금으로 내야 하는데 보유자산 대부분이 부동산과 주식이라면 결국 자산을 팔거나, 대출을 받거나, 연부연납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른바 ‘자산은 많은데 세금 낼 현금이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삼성가처럼 극단적으로 큰 상속에서도 결국 같은 현금흐름 문제가 나타난 것입니다.

실제로 홍라희 관장은 이미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 왔습니다

홍 명예관장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삼성전자 지분을 지속적으로 처분해 왔습니다. 올해 4월에도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는 시장에 대량으로 매각하는 대신 이재용 회장이 직접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직접 나오면 삼성전자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시장의 해석이고, 상속세 관련 대출상환 목적이라는 설명도 공식 공시로 확정된 거래 목적이라기보다는 관련 업계와 언론에서 제시하는 배경 설명이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명예관장이 참석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 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 출처: Samsung Newsroom Korea Media Library

이재용 회장은 1.9조원의 돈을 어디에서 마련할까?

이번 거래에서 반대편에 있는 이재용 회장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약 1조9천억원은 상당한 현금입니다.

일부 보도에서는 이 회장이 그동안 삼성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 등을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거래자금의 정확한 조달 구조가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므로 “전액 배당금으로 산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1.58%인데 이재용 회장은 어떻게 삼성전자를 지배할까?

대기업 지배구조는 개인 한 명이 회사 주식 50% 이상을 들고 있는 방식으로만 구성되지 않습니다. 계열사 지분과 특수관계인 지분, 재단 등 여러 지분 관계가 연결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만 보고 삼성 전체 지배력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거래의 의미도 삼성전자 지배권이 갑자기 바뀌었다기보다는 홍라희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지분 일부가 이재용 회장에게 이동하면서 이 회장의 직접 보유지분이 증가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우리 같은 일반 상속에서도 봐야 할 것은 ‘세율’보다 현금입니다

삼성가 이야기는 금액 단위가 너무 커서 일반인의 상속과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속세 준비에서 주는 교훈은 꽤 현실적입니다.

상속재산이 주택, 토지, 상가, 주식 위주라면 상속세가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생기는 문제가 현금 확보입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의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에는 재산가액은 크지만 상속인이 당장 사용할 현금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을 준비할 때는 “상속세가 얼마 나올까?”뿐 아니라 “그 세금을 어떤 돈으로 낼까?”까지 같이 계산해야 합니다.

현재 일반 상속인은 최대 10년까지 연부연납 가능

이번 삼성가 사례를 그대로 현재 상속에 적용하면 안 됩니다. 삼성가 상속은 2020년에 발생했기 때문에 당시 5년 규정을 적용받았습니다.

현재 국세청 안내상 2022년 이후 발생한 일반재산 상속은 최대 10년까지 연부연납이 가능합니다. 다만 세금이 자동으로 10년 분할되는 것은 아닙니다. 납부할 상속세가 2천만원을 초과해야 하고, 신청기한과 담보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결론: 상속세 12조보다 중요한 것은 ‘세금을 낼 현금’

이번 뉴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1조9,374억원입니다. 홍라희 명예관장이 이재용 회장에게 넘길 예정인 삼성전자 주식 규모입니다.

그리고 거래가 완료되면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47%에서 1.58%로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번 거래를 이해하는 데 더 중요한 것은 지분율보다 현금흐름입니다. 상속세를 모두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주식을 팔고 대출을 받았다면 이후에도 재무정리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속에서는 재산 규모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세금을 언제 내야 하고, 그때 필요한 현금을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가. 삼성가처럼 거대한 자산을 보유한 경우에도 결국 이 문제가 남습니다.


자료 및 이미지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 관련 공시, 국세청 상속세 연부연납 공식 안내, Samsung Newsroom Korea Media Library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세금·경제정보를 설명하기 위한 콘텐츠입니다. 개별 상속세는 상속재산·공제·상속인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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