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얼라이언스 세계일주 1일차|한국을 떠나 베트남 호찌민으로

참고
이 글은 2013년 당시 작성한 여행 일기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체에 맞게 재구성한 기록입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글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바꾸었습니다.

굳이 10년도 더 지난 기록을 다시 꺼내 정리할 필요가 있을까,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여행을 되짚는 일이 단순한 추억 정리에 그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지만 오래된 기록에는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선택과 만남, 감정들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 기록 속에서 각자의 삶과 맞닿는 작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여행기를 다시 기록합니다.

스타얼라이언스 세계일주 항공권으로 여러 도시를 한붓 그리듯 이어 가는 약 1년간의 여행. 출국 전 마지막 밤부터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하기까지, 길고도 설렜던 첫날을 기록해 봅니다.

한붓 그리듯 이어 가는 1년간의 여행

2013년 3월, 스타얼라이언스 세계일주 항공권을 들고 약 1년간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한 도시를 다녀와 다시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다음 도시와 나라를 계속 이어 지구 위에 하나의 선을 그리는 일정이었어요. 제게는 일종의 ‘한붓그리기 세계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의 첫 목적지는 베트남 호찌민이었습니다. 계획을 준비할 때는 출국일만 기다렸는데, 막상 마지막 밤이 되니 마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출국 전날, 생각지도 못한 작별 인사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인지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방에 누웠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구나.’

다시 이 방에서 잠들기까지 거의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잠깐이라도 자 두려고 했지만 쉽게 잠들지는 못했어요.

밤 11시쯤, 민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친구들과 함께 저에게 내려오겠다는 이야기였어요. 늦은 시간이어서 처음에는 말렸지만, 결국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새벽 1시쯤 민준과 친구들이 도착했습니다.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간단한 음식을 함께 먹고, 밖으로 나가 늦은 밤 곱창도 먹었어요. 새벽 3시까지 이야기를 나눈 뒤 친구들은 다시 돌아갔습니다.

한밤중에 먼 길을 달려와 얼굴을 보고 인사해 준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가족과 함께한 마지막 식사

아침 9시쯤 일어나 씻고 가방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이동해 이모를 만나고, 오후 12시 55분,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생각보다 담담했지만, 정말 담담했던 건지 그렇게 보이려고 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버스 안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버스 안. 창밖을 바라보며 이제 정말 여행이 시작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공항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설레기도 했고, 앞으로 1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게 된다는 사실이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친구들

공항에 도착해 M 카운터에서 체크인했습니다. 가방은 괜찮았지만 들고가려는 기타를 부치는 과정에서 예상대로 조금 애를 먹었어요.

잠시 뒤 동생과 수현을 비롯한 친구들이 공항으로 찾아왔습니다. 손수 만든 장식과 응원 문구도 준비해 왔는데, 그 모습이 귀엽고 고마웠어요.

아쉬운 인사를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면세점에서는 미리 주문해 둔 소니 NEX-5RY 카메라를 찾고, 아이패드 스마트 커버와 카메라 키트도 샀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쌓일 사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벌써 걱정됐지만, 새 카메라를 들고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꽤 들떠 있었어요.

드디어 시작된 첫 비행

게이트 밖으로 보이는 석양이 멋졌습니다. 여러 나라로 떠날 비행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승객들은 각자의 감정을 품은 채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석양이 지는 인천공항 게이트 앞 항공기
석양을 배경으로 출발을 기다리던 비행기. 약 1년간 이어질 여행의 첫 비행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늘 촉박하게 비행기를 탔지만 이날은 일찍 들어와 여유롭게 기다렸습니다. 다만 환승객을 기다리느라 비행기는 예정 시간보다 약 30분 늦게 출발했어요.

제가 앉은 자리는 16A 창가였습니다.

이륙 후 기내식이 나왔고, 여행 중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고추장을 하나 더 부탁했습니다. 그 작은 일을 계기로 옆자리의 앤디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호찌민까지 약 5시간을 비행하는 동안 두 시간이 넘게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서로 살아온 환경과 여행,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부족한 영어로 생각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이 좋았어요.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과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됐습니다.

호찌민에서 맞이한 첫날의 끝

잠깐 잠들었다가 눈을 떠 보니 어느새 호찌민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앤디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입국장으로 나왔어요.

공항에서는 현지 일정을 도와주기로 한 민석 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안내를 받아 트윈 타이거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출국 전날 밤 집에서 잠을 청하던 순간부터 호찌민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거의 이틀치 일정을 하루에 소화한 기분이었어요. 몸은 무척 피곤했지만 드디어 여행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반가웠습니다.

이제 베트남을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인 태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스타얼라이언스 세계일주 항공권으로 시작한 약 1년간의 여행. 그 길고 긴 여정의 첫날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굿나잇, 세계여행자.

세계일주 1일차 끝.

답글 남기기

ChangeBrief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